[다산 칼럼] 창업과 창직, 대학의 또 다른 책무

입력 2017-06-29 18:23  

인재와 지식, 두 가치를 추구해온 대학
기초 연구성과가 벤처 활성화로 이어져
사회·경제 발전에 직접적 기여토록 해야

김도연 포스텍 총장 dohyeonkim@postech.ac.kr



지난 세대에 대한민국이 이룬 기적 같은 발전은 빼어난 과학기술 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는 과학기술자들, 특히 연구자들을 조금은 질책하는 분위기다. 그 요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세계 1위인데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얻어지는 성과는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는 GDP의 4.2%를 연구비로 사용했으며 2위인 이스라엘은 4.1%를 투자했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높은 R&D 투자 비중은 최근 2년간의 일이며, 이는 10여 년 전만 해도 2.5% 정도였다. 많은 투자로 즉각적인 성과를 거두면 좋고 당연히 연구자들도 더욱 분발해야 하지만 연구는 그렇게 단기적으로 성패가 갈리지 않는 것임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 참고로 지난해 일본은 GDP의 3.6%를 연구에 투자했는데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우리의 세 배나 된다.

여하튼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과학기술 분야의 R&D 성취는 대한민국이 이룩한 수많은 기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1986년의 경우, 과학인용색인(SCI)논문이 대한민국 통틀어 800여 편 남짓했다. 그러나 2016년엔 논문 수가 무려 5만5000여 편에 달했으니 불모지였던 사막이 울창한 숲으로 바뀐 셈이다. 그 숲에는 이미 거목(巨木)들도 자리잡기 시작했으며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연구자도 우리는 상당수 지니고 있다.

‘연구중심’이란 이름을 내걸며 대학에서 연구를 시작한 것도 겨우 30년 전이다. 세계 대학랭킹에서 서울대가 93위를 하며 톱100에 처음 포함된 것이 2005년이었는데, 이제는 다섯 개 정도의 대학이 여기에 항상 포함되곤 한다. 올 3월 영국 더타임스가 발표한 세계 소규모 대학 랭킹(World’s Best Small Universities)에서 1위는 미국의 칼텍, 2위는 프랑스의 에콜 노르말, 3위는 포스텍, 그리고 4위는 다시 프랑스의 에콜 폴리테크니크가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는 많이 달라졌으며 이제는 대학들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전반적인 정체로 ‘다이내믹 코리아’는 이미 옛말이 됐고 젊은이들은 저(低)성장의 늪에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학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특히 연구중심 대학들은 그간 교육과 연구를 통해 추구해온 가치, 즉 인재와 지식을 앞으로는 창업(創業)과 창직(創職)으로 연계해 사회경제발전에 좀 더 직접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창업과 창직에 나서야 할 이유는 자명하다. 수년 후부터 급격히 감소하는 것이 더욱 큰 걱정이지만, 여하튼 현재는 20세 성년에 이르는 청년들이 매년 60여 만 명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위해 우리 사회는 ‘좋은 일자리를’ 매년 10만 개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나마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발달로 더욱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끊임없이 자동화를 모색하는 대기업의 일자리 확충은 어느 나라에서나 한계에 이르렀다. 실제로 미국도 신규 일자리의 절반 이상은 전체 기업의 4%에 불과한 벤처기업이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들이 연구성과를 이용한 벤처 육성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창업을 위한 연구만 의미를 지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모든 자연현상에 대해 우리는 호기심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풀어가는 과정, 즉 기초과학 연구에서 얻어지는 새롭고 가치 있는 지식은 대학의 가장 소중한 성과이며 자산이다.

대학의 근본 역할은 학생들이 각자의 의지를 구현하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기초를 확보해 주는 일, 즉 교육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연구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교육과 연구성과를 창업과 창직으로 이어가는 새로운 역할을 우리의 대학들이 짊어져야 한다. 대학의 또 다른 책무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 dohyeonkim@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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